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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 가사도우미의 절도, 현장 검거 그리고 유죄 확정까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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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 전 아기를 출산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오후 즈음에 아내는 평소 부르던 가사도우미를 불러서 청소를 부탁하고 나는 잠깐 일이 있어서 밖에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출산하지 얼마 안되어 약간 예민한 상태였긴 한데, 평소 씩씩한 성격이고 이전에도 우리 집에 와서 몇번 청소를 해준 가사도우미가 온다고 하니, 내가 나가서 일을 보고 오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내가 밖에 나온지 한 2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나, 갑자기 아내에게서 조용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가사도우미가 상품권을 훔친것 같다는 전화였다. 금액은 20여만원 정도로 많지 않았지만, 아내가 출산 기념으로 친구들한테서 받은 상품권을 안방 화장대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가사도우미가 안방문을 닫고 청소하고 나온 뒤 확인해보니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아내였기에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지만, 혹시 모르니 좀더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우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통화를 하니, 아내는 분명히 서랍에 넣어둔게 맞고 심지어 거기 상품권 봉투가 몇개였고, 거기 있는 상품권을 모두 꺼내서 한 봉투에 넣어놨으며, 그리고 상품권 액면금액 별 갯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없어진게 맞다고, 조리원에서 나오고 집 밖에 나간적도 없고 들어온 사람도 없는데 난데없이 없어질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생각할 수록 분명한건. 이 가사도우미를 다음에도 부를 수 있을까? 그건 아니였다. 미안한 일이지만, 상품권을 훔친 것을 밝혀내지 못해도 찜찜하니 부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가사도우미 퇴근 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았다. 모든 건 2시간 안에 끝나고 그 안에 모든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래서 지체할 시간없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 와중에 가사도우미가 경찰에 신고한 걸 알면 아내와 아기한테 해코지를 할 수 있으니, 아내에게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가사도우미에게 알리지 말고 아무렇지 않게 있으라고 하였다.

 

약 10분 뒤 나는 경찰관분들이 오시기 전에 먼저 집에 도착했고 가사도우미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상품권이 없어졌고 혹시 절도한 사실이 있으면 지금 밝혀달라, 아니면 경찰을 불러서 확인을 할수 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가사도우미는 상품권을 본적도 없고 훔친 사실도 없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경찰관분들이 아파트에 도착을 했고, 내가 잠깐 내려가서 모시고 올라왔다. 

(경찰관분들과는 신고 후에도 두어번 상황과 위치 설명 관계로 통화를 했고, 내가 오실 때 혹시 모르니 사이렌은 끄고 와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

나중에 아내에게서 듣기론, 내가 내려간 사이 가사도우미가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계속하였지만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관분들은 오셔서 가사도우미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사건이 접수되었고, 강제로 소지품을 확인할 수 없으니 가사도우미가 동의해주면 같은 여성인 신고자 아내가 하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고, 가사도우미 동의 하에 확인을 진행하였다. 

 

(경찰관분들은 소지품 확인 전에, 가사도우미에게 상품권을 훔친 사실이 있으면 얼른 돌려줘라. 돌려주지 않고 소지품 확인 중에 절도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두어번 이야기하셨다.)

 

처음에는 주머니, 지갑, 겉옷 확인을 하였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후 가사도우미가 가방 속 내용물을 모두 꺼냈는데 거기에도 상품권은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내가 무슨 느낌이 왔는지 가방을 직접 확인해봐도 되냐고 물었고, 가사도우미는 그러라고 하였다.

그리고 가방 안감에 있는 지퍼를 열어서 확인을 하려는 순간 가사도우미가 순간적으로 지퍼를 잡더니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퍼 안을 확인했고, 아내가 분실했다던 상품권이 발견되었다.

 

이 때부터는 가사도우미의 변명이 시작되었다. 본적도 없다던 상품권이 사실은 본인이 친구로부터 받은 상품권이며,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화를 해서 "예전에 나한테 상품권 준적 있잖아요" 식으로 답변을 유도하는 듯 보였다. 

 

경찰관분들은 지금 절도가 의심되는 상황이 현장에서 확인되었으니 신고자인 나와 절도용의자인 가사도우미는 같이 지구대로 동행해서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하였고, 그렇게 경찰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경찰차를 타보고 안 사실인데, 경찰차 뒷자석 문은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범죄자나 용의자는 뒷자석에 앉는데, 이번에는 경찰관 2분, 나, 그리고 가사도우미까지 4명이 차를 같이 타야해서 내가 보조석에, 경찰관 한분과 가사도우미는 뒷좌석에 타고 이동을 했다.

 

지구대에 도착을 하니 교대근무 시간이었는지 퇴근하시는 분들도 있고 출근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내가 신고하여 출동한 경찰관분들은 조서 작성때문에 부득이하게 야근을 하시는 모양이었다. 내심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조서 작성은 나와 가사도우미 각각 진행하였고, 조서 작성 간에는 서로를 분리시켰다. 그러던 중 담당 경찰관 한분이 가사도우미가 계속해서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는데,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는지 물었다. 황당한 노릇이다. 권면액과 갯수 발행처가 분명히 일치하는데, 다른 증거가 없냐고 하니.

 

그래서 해당 상품권 중 2개는 아내가 친구한테서 기프티콘으로 받은 것이고 근처 이마트에 가서 지류 상품권으로 교환을 했다, 그리고 1개는 내가 회사에서 받은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이마트에서 교환받은 기록이 있을 것으로 보여 본사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그런데 이마트는 상품권은 현금과도 같아서 발행번호 등으로 누가 구매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해가 안되지만 그렇다고 하니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남은 회사 상품권 1개. 순간 회사에서 나눠준 상품권이니 옆자리 동료와 상품권 번호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급하게 연락을 돌려 확인해보니 다행히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절도당한 상품권과 번호가 붙어 있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동료가 가진 상품권이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그렇게 지구대에서 조서를 작성하고, 다시 경찰서로 이동을 했다. (지구대->경찰서) 거기서 다시 형사분한테 조서 작성 내용을 확인하고, 지장을 찍고 처벌의사를 확인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모두 끝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 8시가 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일이 닥치고 온통 신경이 곤두 선 상태에서 증거 수집 때문에 전화를 돌리고, 조서 작성하느라 몇시간을 시달리니 지칠대로 지친상태였다.

 

집이 멀지 않아 천천히 공원을 따라서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다시 한번 아내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하게 되었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경찰에 신고한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니,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몇달 안가서 법원에서 날아온 소환장에 이 생각은 깨지게 되었다.

 

(계속 쓰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서 다음 글에 계속 써야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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